2024.05.10 (금)

? Operation now in progress (115)
n
기상청 제공
출혈경쟁, 저가수주, 불투명한 가격정책…보안솔루션 가격 병폐 심각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NEWS

출혈경쟁, 저가수주, 불투명한 가격정책…보안솔루션 가격 병폐 심각

연보라 기자 bora@ciociso.com

   
 
최근 A기업은 취약점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3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사업자를 모집했다. 1차 기술평가를 통해 3개 업체로 후보가 추려졌고, 2차 가격평가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급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1억 원대의 낙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그 수주예상 업체는 1차 기술평가에서 세 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업체였다.
A기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회사의 필요와 요구에 적합한 솔루션을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이 요즘 정보보호 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품질저하가 불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그 솔루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입찰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보안솔루션 도입 시 업체 선정 방법은 보통 1차 기술평가와 2차 가격평가가 이뤄져 우수사업자가 사업을 낙찰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즉, 1차 기술평가에서 1~3위 업체를 선별하고 2차 가격평가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 되는 것이다.
문제는 2차 가격평가에서 1차 기술평가 점수를 버리고 오로지 가격으로만 평가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1차 기술평가에서 간신히 3위를 받은 업체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2차 가격평가에서 과도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이 경우 정보보호 담당자들은 1위 제품을 도입하고 싶어도 가격 때문에 3위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애초 배정된 3억 원의 예산 중 남는 2억 원을 의무적으로 소진하는 것 또한 이들이 고민해야할 몫이다.
또 다른 B기업 정보보호 담당자도 보안솔루션 업체들의 가격정책에 불만이다. 최근 모바일 앱 위변조 솔루션을 구매하고자 사업자들의 제안을 받았는데,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가격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이 담당자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으로 세상의 모든 제품은 시장논리에 의해 적정한 가격이 형성돼야 하지만, 보안 솔루션만큼은 최소한의 가격선조차 없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제품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것이고 어느 제품이 낮게 책정된 것인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제품 모두 신뢰는 가지 않았다. 이렇듯 정보보호 시장이 우후죽순 성장하면서 검증받지 못한 업체들이 시장을 흐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병폐들을 자율조정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용자는 ‘무조건 싸게’, 공급자는 ‘무조건 먹고보자’는 식의 태도를 탈피해 적절한 가격과 이에 대응하는 적절한 사후 서비스 등을 소신껏 밀어부처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