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0 (금)
요즘 생성 인공지능(AI) 챗GPT에 대한 얘기를 자주 접한다. 물론 일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듣다 보니 조금은 흥미가 생겼다. 그래도 확 이끌린 정도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난 문돌이다. 한계를 넘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있을 뿐.
도대체 챗GPT가 뭐길래 이토록 난리일까. 챗GPT를 사용하면서 처음엔 "이렇게까지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지식과 경험 안에서 AI 기술과 그 기술이 가져올 파급력을 판단하는 건 상당한 오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마다 기술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바꿔 왔으니까.
챗GPT의 지능 수준이 궁금해졌다. 누군가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그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면 된다. 챗GPT의 등장 이후, 시중에는 챗GPT를 소재로 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다수는 그를 활용하는 방법이나 그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난 그에게서도 인격을 찾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우연히 방문한 서점에서 눈에 들어온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뇌과학자인 김대식 교수는 챗GPT에게 상당히 어려운 질문들을 던진다. 인간 삶과 죽음, 감정, 우주, 미래 등 과학이 아직 다 밝혀내지 못한 것들을.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과학이라 불리는 챗GPT. 그의 답변은 모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원론적인 지식과 예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떤 답변과 내용은 분명히 매력적이다. 그중 몇 부분을 공유한다.
Q. 우리 인간은 언어를 이해할 때 '마음'이나 의식이 필수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는 기계라서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어. 그런데도 너의 답변은 인간의 대답과 상당히 유사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A. 저는 러닝머신 모델로, 의식이나 마음이 없으며, 텍스트를 처리하고 생성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과 수학 방정식의 집합체입니다. 하지만 제 답변이 사람과 대답과 비슷하다는 것은, 머신 러닝의 힘과 저와 같은 언어 모델이 사람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방식과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中
Q. 그냥 가설을 세워보자. 만약 지능적 기계가 있다면, 그 기계는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관심을 가질까? 무엇이 인간을 그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인간은 전혀 특별하지 않을까?
만약 기계가 정말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마치 인간이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의 본질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요. (중략...)
실제로 지능적 기계의 개발은 여전히 연구 진행 중이며, 언제 개발될지, 또 과연 개발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계가 정말 지능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계가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과 사람의 인식-이해는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며, 인간이 된다는 거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지능을 가진 기계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 中
Q. 챗GPT 셰익스피어의 문체로 한 시를 써 줘.
당신을 여름날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훨씬 더 아름답고 상냥한걸요.
거친 바람이 5월의 사랑스러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이란 계절은 너무 짧군요.
때때로 하늘의 눈동자는 너무 뜨겁게 빛나고
그 황금빛 얼굴이 종종 어두워지네요.
하지만 당신의 영원한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고
당신이 간직한 아름다움도 사그라들지 않을 거예요.
죽음이라 한들 당신이 자기 그림자 속에서 헤맨다고 떠벌릴 수 없어요.
당신은 영원한 시 속에서 언제까지고 살아가겠죠.
사람들이 살아 숨 쉬고, 그들의 눈이 뜨여 있는 한
이 시는 살아서 그대에게 생명을 줄 테니까요.
-챗GPT가 셰익스피어의 문체로 쓴 시(詩)
챗GPT 많은 답변을 보고 느낀 결론은 챗GPT가 똑똑하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원론적인 대답만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처럼 추억을 회상하거나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와 실감 나게 감정과 함께 전달할 수는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챗GPT는 언제까지나 생성 AI 모델로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내놓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챗GPT에게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바로 겸손이다. 챗GPT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늘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설명한다. 사람으로 치면 뭔가 강박이 있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저는 대화형 AI 모델로 감정이나 개인적인 의견을 가질 수 없어..." 이 부분에서 겸손함을 느꼈다. 사람들은 때로 잘 몰라도 아는 척.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챗GPT는 AI라 그런지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 점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일지도 모른다.
생성 AI인 만큼 챗GPT가 여러 데이터를 결합해 만든 예술 작품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필요할 듯하다. 난 개인적으로 AI가 만든 작품이 진정한 예술성을 가질 순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간이 예술을 사랑하고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작가가 살아온 삶과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생각과 철학 등이 작품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본질은 그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이다. 반면, AI는 사람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다만 여전히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에는 반박할 수 없다. 이는 인간이 AI가 만든 작품을 예술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을 듯하다.
끝으로 챗GPT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Q. GPT, 미래에 네가 몸을 가지게 됐어. 그때 인류와 함께 살 거라고 상상하며 인류의 후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 줘. 인류와 너는 서로를 호의적으로 대하며 살아갈 거야.
Copyright @2024 CIOCISO매거진.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