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화)
[CIOCISO매거진 김은경 기자] 얼마 전 SAP가 전체 인력의 2.5%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약 3천 명이 해고된다는 뜻이다. SAP은 대량 해고의 이유를 “클라우드 시장에 집중하기 위한 회사 구조 재조정”이라고 밝혔다. “현재와 미래의 클라우드 고객들에게 보다 영속적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새롭게 조종하면서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SAP 측의 설명이었다.
여기에 더해 SAP은 지분을 고객 경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퀄트릭스(Qualtrics)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 중에 있다고 발표했다. 퀄트릭스는 2018년 11월 SAP가 80억 달러에 매입한 기업이다. “퀄트릭스를 매각하여 서로가 각자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양사는 물론 주주들에게도 훨씬 나은 판단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SAP은 클라우드에 집중하고, 퀄트릭스는 고객 경험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회사 수익은 늘어났지만
대량 해고를 한다는 건 SAP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SAP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수익은 2022년 33%나 증가했다. SAP의 CEO인 크리스티안 클레인(Christian Klei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4사분기 동안 클라우드 사업에 가속이 붙었다”며 그 이유가 기업 자원 계획 소프트웨어인 S4/HANA 때문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 부문의 수익이 90% 비율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회사의 이윤 성장률 2%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대량 해고를 감행해야 할까? SAP은 이에 대해 “이미 2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회사 구조를 크게 바꾸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 결과 SAP의 솔루션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SAP의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걸 드러내며, SAP이 가진 독특한 클라우드 포트폴리오가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고객들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적잖은 도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리서치 업체 펀드잇(Pund-It)의 수석 분석가 찰스 킹(Charles King)은 “SAP의 이러한 움직임은 다른 테크 기업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행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대량 해고란, 직원들에게 항상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회사의 결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SAP이 이번에 해고하는 사람의 수도 3천 명이나 되니 적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반대로 많다고 하기 힘든 것이, SAP 전체 인력의 3%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SAP으로서는 그리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게 아닐 수 있습니다.”
테크 분야의 대량 해고, 이어지는 중
테크 분야에서는 유행처럼 대량 해고가 지속되는 중이다. 코로나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테크 분야에 생긴 거품들이 급격히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테크 기업들은 급성장했고, 그만큼 급하게 덩치가 줄어드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1월 메타는 1만 1천여 명의 직원들을, 1월 MS는 1만 명의 직원들을, 20일에는 구글이 1만 2천여 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클레인은 “이런 식의 변화가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하긴 했었다”며 “그럼에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 누가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통보를 하고 싶겠습니까. 절대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이번 인원 감축으로 SAP의 예산이 크게 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즉 돈 때문에 동료들을 버린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킹은 “SAP이 앞으로 더 해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SAP은 늘 그런 회사였습니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는 조직이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도 단 3%만 먼저 해고한 것이고, 그 3% 때문에 회사에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회사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앞으로 혹시 더 대량 해고를 한다고 해도 지금과 비슷한 규모이거나 더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