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스탠다드차타드그룹(대표이사 피터 샌즈)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와 태평양,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영국 및 미주 지역의 50여 개 국가에 500개 이상의 지점과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직원 수만 3만여 명에 달하는 글로벌 은행기업이다. 올해부터 SC제일은행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SCB) 행명을 변경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행장 리차드 힐)은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을 목표로 내세우고, 2012년을 새로운 출발의 해로 삼았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대외무역 기업과의 접점을 모색할 방침이다. 변화의 시기에 CIO 겸 부행장의 자리에 앉은 김수현 부행장은 단순히 경영지원 측면이 아니라 협업과 긴밀히 소통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IT 전략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김수현 부행장을 만나 이 시대에 어울리는 CIO의 모습과 한국금융시장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행보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보라 기자 bora@ciomediagroup.com

IT와 비즈니스의 통합 추구 김수현 부행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삼성카드, 외환은행을 거쳐 지난 6월 SC그룹에 합류했다. 김 부행장은 순수 IT 전문가는 아니지만 비즈니스 분야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보다 유저 입장을 고려한 경영에 밝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부행장은 “앞으로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지닌 CIO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는 한국의 IT 기술을 이제는 금융에 잘 접목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IT가 단순히 비즈니스의 요구를 수행하고 지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IT가 비즈니스를 견인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김 부행장은 이를 위해 앞으로의 CIO에게는 한 우물만 파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인접해 있는 여러 분야를 습득해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행장은 또 “IT 백그라운드만을 가진 기존 CIO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기존의 틀을 잘 깨지 못하는 습성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어떤 장애물과 애로사항이 있을 것인지를 불 보듯 파악해 버리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며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어찌 보면 기술적으로는 비전문가인 CIO가 보다 대담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부행장의 말 속에는 현업 출신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입장을 배려한 IT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십분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독특한 한국 금융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아주 독특하고(unique) 역동적인 시장이다.” 김수현 부행장은 한국금융시장은 드물게 ‘실시간 총액결제 시스템’(RTGS, Real Time Gross Settlement System)을 사용하고 있는 독특한 시장으로 세계 금융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은행들은 ‘배치(Batch) 처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배치 처리 방식은 하루 동안의 거래내용을 쌓아두었다가 마감시간에 이르러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거래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김수현 부행장은 “정부 주도가 아닌 전 은행 공동 소유의 기관(금융결제원)이 은행 간 지급결제를 통합, 정산하는 체제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면서 “한국 금융시장이 다른 나라와 가장 특징적으로 구별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행장은 현재는 세계적으로 일괄 처리 방식이 지배적이지만 앞으로는 실시간 총액결제 방식이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중국도 이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중에서도 한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독특한 점들이 많다. 한국시장 자체가 갖는 특징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기존 국내 은행(구 제일은행)의 기존 인프라를 바탕으로 설립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지점에서 발급 받은 카드로는 싱가포르의 다른 은행에서 설치한 ATM에서 거래를 할 수 없다. 외국계 기업에게는 은행 간 금융공동망에서 거래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지점에서 발급 받은 인터내셔널 카드는 싱가포르 내 모든 은행의 ATM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김수현 부행장은 또한 “한국시장은 세계 어느 시장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특히 테스트 마켓이라는 데서 큰 의미를 가진다”며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이러한 한국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김 부행장에 따르면 한국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영업도 공격적인 시장이므로, 만약 새로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세계 어느 시장에 내놔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본사의 판단이다. 특히 한국은 기업금융 쪽으로는 런던, 홍콩, 싱가포르 등 여타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크지 않은 반면, 소매금융 쪽으로는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점을 겨냥해 스탠다드차타드만의 경쟁력을 구축하고자 하고 있다. 이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전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대외무역과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김수현 부행장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아시아와 태평양,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영국 및 미주 지역의 50여 개 국가에 500개 이상의 지점과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직원 수만 3만여 명에 달한다. 국내 무역업체들이 거래하는 거의 모든 국가들에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분포돼 있는 셈이다. 본래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모태가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각 식민국에 세워 두었던 무역거점을 기반으로 설립된 것”이라며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국의 대외무역 및 투자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뱅킹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필요 최근 들어 모바일뱅킹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뱅킹에 익숙한 젊은 20~30대층들은 거의 점포 방문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모바일뱅킹은 수치로 봤을 때는 아직 적은 비중이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도 스마트폰뱅킹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김 부행장의 말이다. 사실 스마트폰뱅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은 기존 뱅킹 시스템에 대한 채널 액세스만 개발하면 되는 부분이기에 큰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 항목 나열방식인 현재의 애플리케이션들은 작은 화면상에서 복잡한 은행 업무를 조작하기에는 사실상 불편함이 있다. 김 부행장은 사용자의 편의를 도모하면서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부행장은 또 이러한 인터페이스 개발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인문학적인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수현 1989년 석사 Boston University Manufacturing Engineering 1986년 학사 Columbia University Mechanical Engineering 2011.09~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및 SC제일은행 정보시스템·운영본부장(CIOO) 2011.06~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합류 2005.05~2011.05 한국 외환은행 서비스 지원본부 부행장보 2002~2005 삼성카드 2004~2005 및 신규 사업 개발 전무 2002~2004 소비자 금융 사업부문 전무 2001~2002 NEXTCARD 추심 및 운영 품질담당 부사장 1986~2000 GE Company 1998~2000 오토론 담당 전무 1996~1998 AFS 아시아 지역 품질 담당리더 / Master Black Belt 1995~1996 Capital Markets 부문 매니저 1994~1995 News Ventures 부문 매니저 1992~1993 IT사업 부문 마케팅 매니저 1989~1992 GE Corporate 검사부 1986~1988 GE 생산관리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