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편집장 sisacolumn@ciomediagroup.com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연히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봤습니다. 2010년 4월 21일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urg)가 샌프란시스코베이(San Francisco Bay)에서 개최한 세미나 발표 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Facebook F8 Keynote by Mark Zuckerburg’를 검색하면 지금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본 한 블로거가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에 대해 쓴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개인정보보호정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블로거는 얼마 전에 트위터나 우리나라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SNS 업체가 나올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싸이월드가 세계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인정보보호정책이 지나치게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처음 글을 읽을 때는 페이스북과 싸이월드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개인정보보호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페이스북이 성공한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제시했습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플랫폼을 확산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인 SNS가 됐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철저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의 무시’, 그리고 페이스북의 이 같은 정책을 지지하는 여론의 결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보호받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오픈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았을 때는 앞의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침해됐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 반대입니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페이스북에는 스팸 메일이 쌓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블로거는 주커버그가 소개한 ‘OPEN GRAPH’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페이스북이 꿈꾸는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SNS를 활용하는 방법과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OPEN GRAPH는 개인 취향에 해당하는 정보를 한데 끌어 모아 정보를 서로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를 기업들과 함께 공유하겠다는 것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공유가 의미하는 것은 새로운 인터넷의 등장이라는 점입니다.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이미 SF영화에서 본 것처럼 페이스북 사용자가 특정 단어를 지속적으로 검색할 경우 페이스북은 사용자를 그 단어와 어울리는 그룹 또는 동호회 등으로 분류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 분류는 기업이 공유하고 있으므로 기업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을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개인정보가 곧 비즈니스가 되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제정 전에 실효성에 문제 있다는 등 이의제기가 많았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이슈와 논점 308호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과 당면과제’를 통해 일반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이 특별법인 정보통신망법이나 신용정보법 등과 규제 중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밝힌 바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제 중첩 가능성, 법 시행 정합성, 법 시행의 실효성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주요 지적 내용입니다. 또 최근에는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안)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의결한 내용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행안부가 제출한 기본계획안에서 아이핀을 축소하도록 수정·의결한 것은 매우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의 아이핀 사업의 소극적 추인이 아니라 그에 대한 재검토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독립적 기구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하라는 요청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본인을 확인하려는 기관들이 본인인증 과정에서 사용하는 신용정보가 적법한 것인지, 이들 기관이 아이핀 발급 정보를 영리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정부가 이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타당한지 등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해야 할 심의·의결·집행 기능을 살려 제 역할을 하라는 것입니다. 정보보호에 대해 얘기를 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싸이월드,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페이스북이 말하는 개인정보와 우리가 말하고 있는 개인정보 또는 개인정보보호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같은 것인데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활용하는 것일까요? 전자보다는 후자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의 금융권이나 공공기관, 포털 등이 갖고 있는 개인정보는 페이스북과 다른 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구분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면 페이스북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