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아직 갈 길 멀다 고객은 ‘신중하고 꼼꼼하게 선택’…벤더·SI는 ‘시대의 필수품’ 올해 IT 업계의 화두는 단연 클라우드 컴퓨팅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초기 예상과는 달리 국내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안착 운영되고 있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엔드유저들은 아직까지 소위 ‘간보기’ 입장을 유지하며 확실한 업계 구축 성공 레퍼런스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눈치다. 반면 관련 벤더들은 가상화를 클라우드와 연계시켜 이미 신호탄은 쏟아졌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전문기관인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 국내 기업들이 정보기술(IT)에 투자할 예상금약은 약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대부분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아직 구축 효과의 입증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상태다. 제반 기술의 부재, 비용, 문화적 차이, 보안 등의 문제점이 그 이유다. 이번호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국내 안착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한 IT 관계자들의 의견과 관련 벤더사의 입장을 함께 들어봤다. 이지혜 기자 jh_lee@ciomediagroup.com 대부분 기업들이 서버나 데스크톱 가상화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 칭하고 있다. 국내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은 일부 닷컴이나 온라인 게임업체 등의 기업만이 이용 중이다. 국내 IT 관계자들은 현 클라우드 컴퓨팅 수준으로는 대기업 IT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강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관련 벤더사들 역시 사용자들의 인식변화를 촉구하면서 아직 상호 대립각이 무너지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마련돼 클라우드 컴퓨팅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수요자 입맛에 맞지 않는 한 이러한 경계선은 사라지기 힘들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다양성을 제공하며 수요자들의 IT 자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줄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할 때 원활한 수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비용절감만이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구애받지 않고 가져다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즉 클라우드가 융·복합 서비스로 하나의 완성품으로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사용자 의견이다. 비용과 보안이 아직까지 최대 과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정의를 살펴보자.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이 자신의 인프라를 구축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제3의 인프라를 이용해 마치 자신의 컴퓨터처럼 자유롭게 사용하고 이용하는 신개념으로써 최근 IT산업의 새로운 모델이다.’ 그러나 클라우드에 대한 이러한 정의와는 달리 사용자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에 저장되고 관리되는 특성으로 인해 갑작스런 서비스 중단이나 장애에 대한 사용자의 우려가 크고, 데이터 외부보관에 따른 기밀 유출, 클라우드 시스템 간 호환성 부족으로 인한 종속성 우려 등이 클라우드에 대한 걱정거리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가 기업인 경우 갑작스런 서비스 장애, 서비스 제공자의 파산으로 인한 비즈니스 폐해는 광범위해 질 수 있다. 한 기업 IT 관계자는 “외부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클라우드 전반을 맡긴다는 것은 보안 측면에서 절대 불가능하다”라며 “실제 국내에서 내부 정보를 외부에 오픈하는 상황 자체를 받아들일 만한 기업은 거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엔드유저들은 외부 서비스 사업자 측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클라우드 구축비용이 높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며 기술의 한계점을 함께 지적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닉스를 사용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제반기술의 한계가 지적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클라우드를 사용하게 될 때 하드웨어 도입비용은 상대적으로 감소할지 모르지만 통신비용 등 기타 관련 비용이 많이 올라 전체 비용대비 효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소속 회사는 데스크톱가상화(VDI)를 시범운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보안 측면이다. 연구소 보안 측면에서 일부 VDI를 운영해 봤으나 속도 측면에서 원활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의견이 강했다. 결국 현재는 VDI의 파일럿조차 중단한 상태다. 언제 다시 재개할지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버 가상화가 이뤄져 있고 하드웨어 자산을 공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굳이 외부 퍼블릭 클라우드로 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한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이며 경험”이라며 “클라우드가 더 이상 경험과 프로세스에서 원숙미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역량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IT 전문가는 클라우드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단언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사규 관련법은 물론 연관 분야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따르며 사내 규정의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자체 투자만 해도 엄청난데 가상화라도 하려 치면 기존의 것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어 ROI 산정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가령 샘플링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부분 시행해나간다 하더라도 가상화와 클라우드의 파일링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시스템, 연구, 개발 등의 파트로 나눠져 있던 작업을 클라우드 컴퓨팅 구현을 위해 융·복합 시스템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클라우드 운영시 라이센스 정책과 맞물리면서 양쪽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비스제공업자와의 실타래 풀어야 서비스 제공업자들의 미성숙한 경험을 꼬집는 사례도 있다. 한 IT 관계자는 “국내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자들은 서비스 모델이나 과금 정책, 서비스 오퍼링 등을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규모에 맞게끔 입맛에 맞게 제공한 적이 전무하다”며 “테스트와 발전이 필요한 중요 시점에서 현재와 같이 서비스 제공업자들이 미진한 틈을 타 국내 통신사들까지 시장을 공략하며 더 복잡한 상황에 처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클라우드를 국가 정책 사업으로 키워 강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의견에 더해 국내 대형 SI 3사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표준안이 제공돼 사용자 입장에서 한결 편한 정책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어느 정도 진행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확산 가능성을 점칠 수 없다는 것도 하나의 구축 걸림돌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ERP나 기간계 시스템을 제외하고 조만간 모든 시스템에서 운영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비용 산정 시 재무적 효과가 있을 수 있을지 못할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 한 대기업 그룹사 IT 관계자는 “어차피 기업들에게 IT 인프라를 클라우드하게 해주는 것은 몇 가지 의사결정밖에 없는데 이것을 마치 대단한 기술인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있다”며 “벤더뿐 아니라 서비스 사업자들의 과금 방식의 불합리성, 미션 크리티컬한 부분에 대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비용 측면의 효과와 더불어 기대효과도 명확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 기업은 과거 서버 가상화를 통해 자원의 최적화 활용과 함께 비용절감을 기대했지만 다음 밑그림을 그리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라이센스 관련 이슈가 발생하며 서로 발목을 잡는 현상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클라우드의 개념에 접근할수록 다른 복병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상황들이 증가하면서 사용자가 벤더사의 특성을 면밀히 체크해 진행하지 않는다면 서로 예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CIO 또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자원을 잘 쓰는 것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것, 언뜻 보면 스마크워크와도 연관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한 관계자는 재미있는 문구로 클라우드를 인용했다. “경제적 위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기업들 역시 유행처럼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다른 IT 전문가는 클라우드를 은행에 비유했다. 국내외에 관계없이 그 은행 어느 지점에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를 서비스할 수 있는 업무 영역들을 분류해 순차적으로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 제공업자들도 관념적이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비즈니스를 정확히 짚고 분석해주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이 관계자는 “어떠한 데이터를 가지고 서비스를 하느냐 또는 발굴해내느냐가 중요과제”라며 “서버 가상화 또는 시스템과 하드웨어를 공유해서 계열사나 그룹사별 특성에 맞게 접근해 가는 것도 고려해볼 사항”이라고 말했다. Q&A로 본 클라우드 컴퓨팅 Q: 올해 화두는 단연 클라우드였다. 하지만 초기 예상과는 달리 아직 국내 운영사례는 극히 드물다. 벤더 입장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A: 클라우드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다. 현재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단계이며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제 도입을 시작하는 단계에 와있다. Q: 클라우드가 기업 IT와 비즈니스 측면에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A: 최근 전례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기업은 보다 유연하고 민첩하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프라 구현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포함,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IT 시스템도 그에 부합하는 환경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다. 기업들이 특정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솔루션으로서 SaaS, IaaS, PaaS 등이 주는 장점 및 혜택에 대해 공감하면서 점차 엔터프라이즈 툴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공하는 혜택으로는 △업무 시공간적 제약 부분 △운영비용 절감 및 IT 자원 사용 효율성 증대 △유연 근무로 급변하는 업무 환경 대응 등을 들 수 있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IT 자원을 구축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업무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IT관련 기업뿐 아니라 비 IT 기업의 업무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IT 자원 구매 및 유지비용 등의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필요한 자원이 있는 경우 선택적으로 임대할 수 있어 IT 자원의 사용 효율성이 증대된다. Q: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정부 및 공공 분야의 클라우드 활성화 동향은 어떠한가? A: 국내 공공분야에서도 클라우드와 가상화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국내 공공기관 중 클라우드 도입을 계획 중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약 63%로 아태지역 공공기관 평균치인 32%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또한 최근 대형 공공기관들의 데이터센터들이 클라우드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통합전산센터, 국방부, 서울시, 한국전력공사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관들이다. Q: 클라우드 운영시 기업 현황과 문화에 맞는 체계가 필요할 것 같다. A: 모빌리티를 고려하면서도 단순하고 안전한 기업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많은 IT 전문가들이 데스크톱 가상화를 통한 BYO(Bring Your Own, 당신의 것을 가져오라) 모델을 최선의 방법으로 꼽고 있다. BYO는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으로 본인이 편한 대로 원하는 자기 것을 가져와서 쓰게 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가상 데스크톱과 그 안 업무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직원들은 노트북, 디바이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자기가 가지고 있는 디바이스를 활용해 가상 데스크톱에 접속해 업무를 볼 수 있다. Q: 국내에 클라우드가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나? A: IT 자원들을 엔드유저에게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전달해야 하므로 그에 따른 배포와 보안, 네트워크 등 엔드 투 엔드 가상 컴퓨팅 설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 클라우드 구축 시에는 가치와 효율성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장애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 원리 및 탄력성을 기존의 기업 리소스들에 집중시켜 클라우드 기반 리소스에 기업 데이터센터의 보안, 성능, SLA 등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플랫폼 및 솔루션 선택과 관련해 클라우드 컴퓨팅은 컴퓨팅 리소스들을 이끌어내게 해주는 가상화 플랫폼을 필요로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고 관리해 보장해주는 네트워킹 인프라스트럭처, 사내 및 클라우드 리소스들을 통합시켜 주는 네트워크 브리지 및 계정관리 툴, 비즈니스 리소스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 오케스트레이션 엔진 및 셀프서비스 인터페이스 확보 등이다. Q: 엔드유저들이 어떠한 점에 중점을 맞춰 클라우드를 진행해야 하나? A: 점차 새로운 세대들은 IT 디바이스들을 다양하게 갖고 이를 사용하고 소비할 것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일하고 즐기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해결해 주는 것이 IT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다. 모바일 워크 스타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IT가 향후 가지고 있는 과제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데이터와 유저, 애플리케이션을 서로 잘 전해줄 수 있으며, 퍼스널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퍼블릭 클라우드 간 잘 연계해줄 수 있는 네트워킹 인프라까지 고려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