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2 (목)

? Operation now in progress (115)
n
기상청 제공
[칼럼] 디지털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강하게 만드는가2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칼럼] 디지털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강하게 만드는가2

장중호 홈플러스 마케팅 부문 총괄

IMG_5950.jpg

 

장중호 홈플러스 마케팅 부문 총괄

 

 

오래전에 한동안 개그콘서트의 유명 코너였던 봉숭아 학당에서, 박성광이란 개그맨이 “일등만을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 이라고 푸념을 했는데, 그것이 엄청난 유행어가 되었다. 누구나 다 일등이 될 수는 없기에, 일등이 되지 못한 이등, 삼등 그리고 그 아래의 인생을 한탄하면서 사는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만 간직하던 속마음을 속시원히 터트려준듯하다. 나도 사람들과의 회의나 회식때, 나도 농담삼아 따라하는 말이 되었고, 한동안 유행하다가 지금은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회사에 다니고 그것도 가장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부침이 심한 유통업의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자꾸만 잊혀진 이 유행어가 머리에 떠오른다. 단지 단어가 좀 바뀌었을 뿐이다. “일등 플랫폼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면, “ 네이버만 기억하는, 카카오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다…. “ 조금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전통적인 유통업에서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하다보니, 요즘 참으로 힘들고 과연 우리 미래에 답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네이버나 카카오를 싫어한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도 하루도 이 회사를 벗어나 산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없기 때문이다. 모든 신문기사나 요즘 이슈는 네이버를 통해 접하고 있으며, 친구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카톡에서 이루어진다. 지하철에 타서 심심하거나 잠시 회의중간에 쉬고 싶을 때는 바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사람들이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본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의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 친구가 어디가서 무엇을 먹었는지 알게된다. 음악을 듣고 싶거나 요즘 유행인 영화나 프로그램을 보고싶으면 유튜브에 들어가서 보고, 음식점에 배달음식을 시킬때는 당연한 듯이 배달의 민족 앱을 키고, 택시를 부르거나 대리기사를 부를때도 당연히 카카오대리를 켠다. 항상 내 차에서 운전 중일때는 카카오네비가 길을 안내하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외국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 출장을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우버를 켰다. 가족과 외국 여행을 갈때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예약한다. 너무나 편리하고 좋다. 지금은 이 앱들이 없었을땐 어떻게 살았을까 ? 상상이 안간다. 어쩌면 위에 언급된 10개 이내의 플랫폼 앱들이 나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갑중의 갑은 당연히 네이버와 카카오인데, 그 동안 나에게 도움을 주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던 이 두 회사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나의 목을 조여오는 기분이다.

 

 그것은 바로 이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즉 유통업을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것을 선언하면서 그 동안 리테일 기업들의 파트너로써 그들의 광고를 해주고, 검색을 도와주고, 집객을 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 공생관계였는데, 점차 직접 상품 판매자들을 모집하고, 상품을 기획하고 소싱하여 직접 판매하는 모델들로 확장하면서 점차 경쟁자로 변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당연히 그 회사들로써는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 플랫폼이자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인데, 거기서 직접 물건을 팔면서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 것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 뿐아니라 슈퍼마켓들, 신세계, 롯데같은 백화점이나 아웃렛들, G마켓, 11번가 같은 전통적인 오픈마켓 사업자에서부터 쿠팡, 마켓컬리와 같이 새롭게 떠오른 모바일커머스 회사들 마져도 대한민국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이 두 플랫폼 거인의 움직임을 긴장하면서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단지 그들이 제발 살살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같이 살자는 상생의 자비를 베풀어 주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미래의 비즈니스는 플랫폼 기업들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몇 년전부터 예견하고 나름 준비를 해오고는 있었지만, 올해들어 코로나의 세상이 되면서, 비대면과 언택트가 사람들의 생활신조가 되고, 집에 틀어 박혀 살아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더욱 이런 모바일에 기반을 둔 플랫폼 회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의존도가 더욱 더 커졌다. 이 현상은 여실히 이 기업들의 주가에 바로 반영이 되면서 올초 대비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미리 이 회사 주식에 투자하지 못했던 것을 엄청 후회하는 사람들을 나 포함해서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정말 이제는 “일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 “ 이라는 푸념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회환,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완전히 피부로 느껴지게 되었다. 

 

 모든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런데 과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실체가 무엇이고 과연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나는 명확하게 말할 수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플랫폼이라고 말이다. 과연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모이는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일등 플랫폼들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이 두 가지에 대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 

 


1_PsDyXlc_QcTtHm3tjZqVaQ.jpeg

 

 

 기초적 이야기지만 다시금 플랫폼의 사전적인 정의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플랫폼을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면, 제일 위에 “역에서 기차에서 내리고 타는 곳” 이라고 정의가 되어있다. 이것은 정말로 고전적인 정의로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지나가는 곳이라는 뜻이리라. 기차역의 플랫폼은 딱 정형화된 공간으로 사람들은 기차를 타고 내리기 위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플랫폼에 모인다. 이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는 기차를 타는 것은 불가능하다. 명확히 통제를 받는 공간이고, 기차표를 가진 사람만이 오고 갈수가 있다. 비록 자신의 신상을 완전히 밝히지 않을 수는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 플랫폼을 통해 지나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도 있다. 가끔 필요에 따라 신분증을 요구할 수도 있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으면 플랫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할수도 있다. 이러한 기차역의 플랫폼을 모바일폰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보면 된다. 사람들은 마치 매일 아침 출근을 하려면 기차나 지하철을 타야하듯이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모바일 플랫폼에 매일 출근을 한다. 플랫폼이라는 곳에 가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또 많은 경우 메인이 되는 큰 기차역 앞에는 광장이 있고, 큰 시장도 있어서 물건도 사고 팔고 재미있는 볼거리도 있고 맛있는 먹거리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기차역에 가듯이 네이버에 들어가고 카카오에 들어가는 것이다. 심심하면 인스타그램에 들어가고 친구를 보고싶으면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같은 평범한 회사들도 사람들이 자진해서 들어오고 생활의 일부가 되는 플랫폼을 가질 수있을까? 플랫폼이 단순히 애플이나 구글 앱스토어에 앱을 만든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자사 앱을 하나 만들었다고 모든 앱을 플랫폼이라고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들어와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로 일방적인 회사의 이야기나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 플랫폼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진해서 모이고, 이야기하고 나누고 장사를 하고 광고를 하고 돈을 벌거나 재미를 느낄수 있는 그래서 다시금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미있는 플랫폼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았다. 사람들의 손마다 하나씩 들려있고 24시간을 함께하는 모바일폰 안에 있는 수많은 앱들 중에 성공적인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앱들은 아래의 2가지를 만족하여야 한다.

 

1. 고객들이 일반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참여하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꺼리가 있어야 한다.

 

2. 협력사나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펼쳐보이고 무엇인가 이득을 보거나 돈을 벌 수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말은 쉽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인스타도 아닌 이상 일반적인 유통사나 제조사 등이 자신의 회사의 앱을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쓱닷컴, 쿠팡, 마켓컬리, 홈플러스 온라인같은 모바일 커머스를 하는 앱들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내 정의에 맞는 플랫폼은 아니다. 고객들이 자진해서 참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는 아니기 떄문이다. G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은 플랫폼이다. 많은 온라인 사업자들이 입점하여 자신들의 상품을 올리고 판매되면, 택배로 배달을 해준다. 오픈마켓들은 자신들이 직접 상품을 소싱하거나 팔지는 않으면서 사업자들에게 시장을 열어주고 고객들을 몰아주어 그들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돈을 더 벌수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에는 직접 상품을 소싱하고 마진을 붙여 판매를 하던 커머스를 하던 쿠팡, 쓱닷컴 들도 오픈마켓의 비중을 대폭 늘리고 플랫폼 사업자로써 변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홈플러스도 직접 마트의 상품을 배송하는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많은 셀러 사업자들이 직접 물건을 올리고 판매하는 플랫폼 사업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고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

 

 비단 커머스 앱들 뿐 아니라 기존의 기업 멤버십 앱들도 플랫폼으로 변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의 리테일 유통사나 금융, 통신, 서비스회사들은 고객의 로열티를 유지하기 위해 포인트나 리워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들과의 소통을 위해 앱들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여기서 직접적인 판매나 영업활동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심혈을 기울여 고객들이 매일 방문할 이유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들을 만드는 추세이다. 홈플러스도 MHC 멤버십이라는 포인트제도를 운영하고 현재 약 760만명의 회원이 있다. 이 회원분들이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홈플러스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기존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니다가 매장에서 계산할 때 제시를 하여야 했는데, 과감하게 카드를 없애고 MHC 앱이라는 키면 고객마다 다른 바코드가 뜨고 그 바코드를 스캔하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체계로 이미 3년전에 바꾸었다. 이를 위해 개발한 앱이 처음에는 단순히 포인트 적립을 위한 앱이었는데, 포인트 적립을 위해 고객들이 이 앱에 꾸준히 들어오시고 하루에 약 30만명 가량이 들어 오시면서 내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단순한 멤버십 앱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과 놀거리, 즐길거리, 그리고 고객들이 자진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올리고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홈플러스 매장 주변에 있는 많은 자영업자나 제조사, 몰에 입점해있는 가게나 파트너들이 자신들의 광고를 올리고,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고객들의 방문을 대폭 올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우리 홈플러스를 고객들이 모바일 상에서도 기억하고 찾아 올수있는 플랫폼으로 만들수만 있다면, 지금까지의 마케팅과는 전혀 다른 마케팅을 할 수있을 것이라고 믿고 도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정말 쉬운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지금부터 시작할 수있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2년뒤 3년뒤에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군가가 이야기한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이른 때이다.” 라는 말을 나는 믿기 떄문이다.

 

 

 

 

장중호

홈플러스 전무

마케팅 부문 총괄


[약력]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

미 Texas A&M 주립대학 

컴퓨터공학 박사

PriceWaterHouseCoopers 

컨설팅 상무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

이마트 마케팅 담당 상무

홈플러스 마케팅 부문 전무


[저서]

마케터가 알아야할 21가지 이야기

나는 디자인으로 승부를 건다

직장 생활의 품격 

세상을 바꾸는 힘, 절실함